항공권 발권 수수료를 놓고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여행업계는 28일 항공사의 발권 수수료 인하 철회를 촉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4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은 5월부터 여행사에 주는 발권 수수료를 현행 9%에서 7%로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27일 “발권 수수료를 2%포인트 내릴 경우 여행업계 전체의 수입이 1000억원 정도 줄어든다”며 “영세 여행사는 줄도산하게 되고 업계 전체에서 2만2000여 명의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는 40여 년 동안 항공사의 ‘을’로서 온갖 설움을 받아왔다”며 “이번만큼은 밀리지 않기 위해 당장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항공사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한항공 측은 “여행업계는 발권 수수료 수입에 매달리지 말고 본업인 여행상품 개발에 주력해 수입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발권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며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항공사는 이미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부담은 소비자가 떠안게 될 전망이다. 항공권 발매에는 전산장비나 판매 인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간다. 결국 비용을 항공권이든 여행상품이든 어딘가에는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여행사가 경쟁력 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대리점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일반여행업협회 조규석 실장은 “항공사만 배를 불리겠다는 것으로 여행사가 손실을 보전하려면 여행상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항공사와 여행업계 간 갈등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한항공이 여행사에 발권 수수료를 2%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이런 방침에 가세하면서 커졌다.

장정훈 기자

◇항공권 발권 수수료=항공사가 항공권을 판매하는 대리점(여행사)에 주는 수수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국제선에 대해 항공권 값의 9%(국내선은 5%)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항공권이 100만원일 경우 91만원은 항공사가 갖고 9만원은 여행사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