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권 발권 수수료' 인하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와 전국 시·도 관광협회 등 국내 여행업계 대표자 80여명은 28일 오전 서울 무교동 한국관광공사 빌딩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공사들의 발권 수수료 인하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여행업계는 이날 "발권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되면 5년 이내에 전국 1만1000여 여행업체의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라며 "이로 인한 대량 실직 사태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 해소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연말 대한항공이 현재 항공권 가격의 9%로 책정된 발권 수수료율을 오는 4월 1일부터 7%로 인하한다고 통보하면서 촉발됐다.〈본지 1월 28일자 B1면〉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과 타이항공까지 가세하면서 수수료 인하 '도미노'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행업계는 지난 14일 '단체발권 7% 개인발권 9% 3년간 유지'라는 수정조항을 항공사들에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국제선 항공권의 80%는 여행사를 통해 판매된다. 지난해 항공업계는 약 4500억원의 발권 수수료를 여행사에 지불했다. 수수료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 여행업계로선 연간 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수입의 60~70%를 발권 수수료에 의존해 온 업체들로선 사실상 사업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우식 한국일반여행업협회 회장은 "발권 수수료는 손님한테 받는 서비스 요금이 아니라, 여행사가 항공사를 대신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티켓을 판매한 뒤 받는 대행료"라며 "수수료 인하에 따른 서비스 수준 저하와 대량 감원 등은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행업계는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앞에서 시위를 계획했지만, 대한항공측이 이미 다음달 말까지 집회신고를 해놓아 무산된 상태. 여행업협회측은 다른 장소에서의 집회와 2차 대국민 호소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수수료율을 예정대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업무 전산화와 함께 발권에 따른 각종 비용이 줄어들면서 발권 수수료 등 유통 비용을 절감해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여행사도 발권 수수료에 사활을 걸기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권수수료

항공사 대리점(여행사)에서 항공권을 판매하면 항공사는 판매가의 일부를 발권수수료로 대리점에 지급한다. 이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사가 부담한다. 현재 국내선 발권수수료는 5%, 국제선은 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