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절차 획기적 개선 ‘정부 결단’ 시급”
 
‘서울 관광객 1200만’ 이렇게 이루자- 오세훈 서울시장-남상만 서울시서울관광협회장
 
한평수기자 pshan@munhwa.com
 


▲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과 남상만 서울시관광협회장이 지난달 28일 시장실에서 ‘관광도시 서울’을 달성하기 위한 시와 업계의 협력방안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김낙중기자
 
 

세계 각국은 관광산업을 21세기 대표적 국가전략산업으로 정하고 관광객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한국의 관광산업은 아시아에서도 2류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갈수록 급증해 1월중 월간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인 1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0년까지 외국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침 서울시관광협회가 창립 46년 만에 처음으로 6일 대규모 관광인대회를 열고 뜻을 함께한다. 지난달 28일 서울시장실에서 오 시장과 남상만 서울시관광협회장을 만나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관광객 1200만명 유치 목표는 현재보다 두배 이상 늘리는 것인데 과연 가능할까요.

▲오세훈 = “먼저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미국의 석학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도시들은 관광을 둘러싸고 경쟁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밑바탕에는 경제논리가 깔려있다고 봅니다. 저는 외국 관광객 29명이 입국하면 일자리가 하나 창출되고, 고급 관광객 한 명은 중형차 한 대를 수출하는 효과가 있다는 통계를 즐겨 인용하곤 합니다. 1200만명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합니다.”

▲남상만 = “동감합니다. 관광을 비롯한 창의적인 아이디어 산업이 앞으로 서울과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님이 취임한 뒤 앞으로 10년, 20년 뒤 서울이 먹고 살 신성장 산업을 선정했는데, 그 가운데 최우선 순위로 관광을 올려 놓은 것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서울은 ‘비싼 도시’라는 인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비즈니스 트래블뉴스’조사에서 서울이 런던, 도쿄를 제치고 여행자 체재비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관광객들을 모으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오 = “보통 관광객 체재비의 38%를 차지하는 숙박료를 낮추는 것이 시급합니다. 서울시 차원에서 호텔 등의 상하수도 요금과 재산세를 절반으로 줄이는 조치가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것입니다.

▲남 = “관광업계에서도 호텔, 음식점, 여행사 등의 제반 서비스 요금을 인하하고, 자격 있는 가이드와 올바른 식품 자재만 쓰도록 하는 등 자율적인 노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예정입니다. 서울시에 즐비한 이른바 ‘러브호텔’등을 중저가 숙박체인으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을 서울시가 지원해주고 관리를 협회에 위탁하면 어떨까요.”

▲오 = “검토해 보겠습니다. 제가 시장에 당선된 뒤 문화관광부 장관, 경제부총리, 국무총리를 만나 호텔 숙박료를 20%쯤 낮출 수 있는 제도개선을 집중적으로 요구해 관철시켰어요. 부가세 영세율 도입으로 10% 인하, 재산세 분리과세로 또 6% 인하, 호텔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해 2% 인하가 가능해졌어요. 이걸 모두 합치고 서울시의 조치까지 포함하면 20%가 됩니다.”

▲남 = “저도 호텔을 경영하고 있지만 그런 정책이 추진중인 사실은 잘 몰랐습니다.”

―세계적인 도시들과 비교하면 서울은 볼거리가 적은 편이라는 관광객들의 불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세계적인 테마파크나 초고층 빌딩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은 있는지요.

▲오 = “볼거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요즘 관광 트렌드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가는 추세입니다. 관광객들은 주로 도시가 주는 이미지를 즐기러 옵니다. 물론 서울시내에 랜드마크가 될 만한 대형 빌딩이 부족하다 보니 자치구마다 앞다퉈 초고층건물을 짓겠다고 나섭니다. 초고층 빌딩 신축에 대한 공론의 장을 적극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남 = “서울이 인사동과 청계천 같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관광자원을 좀 더 조직화하고, 새로운 콘텐츠도 만들어 해외에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 = “서울시는 실제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실내 돔 스키장과 래프팅장까지 갖춘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패션, 정보기술(IT)처럼 한국이 강점을 지닌 산업을 관광과 연계해 서울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온리 인 서울(Only in Seoul)’ 관광자원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중국시장은 한국 관광의 ‘블루오션’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중국 관광객이 일본 관광객 수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흐름에도 따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 =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까다로운 출입국 절차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노 비자를 확대해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1월부터 1박 이상 체류 중국 공무원과 복수 사증 기업 임직원, 초중고교 수학 여행단에 초청장을 발급하는 시스템을 운용해 효과를 보고 있어요. 정부는 공무여행 초청장과 보증금·담보금 같은 제한을 풀고 청소년에겐 비자를 면제하는, 일본 수준의 획기적인 출입국 절차 개선이 필요합니다.”

―서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김포공항을 국제 단거리 셔틀공항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요.

▲남 = 김포공항과 도쿄(東京) 도심에 가까운 하네다(羽田) 공항을 잇는 항공노선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1~2시간대 서울을 오갈 수 있는 도시들을 위해 김포를 국제 단거리 셔틀공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이 두 개의 행사를 거치면서 중국이 대폭 개방되면 중국인들의 소득수준도 크게 향상되고, 외국으로 나가는 관광객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서울시가 관광객 1200만명을 유치하는 데 관건이 중국 관광객이기 때문에 이들에 타깃을 맞춰 ‘경쟁력강화본부’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서울시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중앙정부와 업계,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서울을 두바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적인 일류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만의 경쟁력이 있어야 할 텐데요.

▲남 = “중국 관광객들 기준으로 볼 때 일단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고 그 다음으로는 정보기술( IT)강국의 위상을 직접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오 = “단말기 하나를 손에 들고 공항에서 출발하면 출국하는 시점까지 모든 관광안내와 찍었던 사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본인 컴퓨터에 전송하는 것까지 가능한 ‘유 투어(U-tour)’시스템. 한강변, 남산, 청계천 등 서울 전역에서 와이브로(무선휴대 초고속인터넷)가 가동되고, 실제 관광할 때 이런 시스템을 피부로 느끼면 돌아가서 ‘한국에 꼭 한번 가볼 만하다’고 말하게 될 겁니다. 이런 것들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토목공사가 끝난 청계천에 올해부터 IT기술을 접목시킨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객들이 ‘서울은 유구한 역사와 고품격 문화, 최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세계도시’란 느낌을 받고 돌아갈 수 있게 만들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난립하고 있는 무허가 여행업체 등 여행업계의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남 = “국내 여행업계가 상당히 어려운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무등록업체들의 덤핑 등으로 인한 시장질서 교란행위입니다. 이들은 휴대전화 하나 가지고 작은 오피스텔 얻어 영업을 하고 있는데 단속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및 관리기능을 저희 협회에 위임해주시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할 수 있도록 ‘관광회관’(가칭)의 설립도 관광인들의 자부심과 의욕고취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

▲오 = “좋은 의견입니다. 적극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한평수 전국부차장

정리 =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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